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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의 구름]
    공상과학 에세이 2026. 6. 25. 20:15

    6편. 밀실 속 실험

     

    옥상의 구름 - 6편

     

     

     

    다음 날 정오가 가까워지자 옥상 바닥은 빠르게 뜨거워졌다.

     

    검은 방수층 위로 햇빛이 내려앉았다.

     

    서윤은 손등으로 바닥을 짚었다가 바로 손을 뗐다.

     

    뜨거웠다.

     

    도시는 오늘도 낮을 먹고 있었다.

     

     

     

     

    어제 새벽까지 비어 있던 회사 옥상 한가운데에는 투명한 돔이 서 있었다.

     

    밖에서 보면 임시 구조물처럼 보였다.

     

    조금 큰 방수 작업 가림막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쪽은 전혀 달랐다.

     

    돔 안에는 미세분무 노즐이 깔려 있었고, 바닥에는 검은 흡열판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위쪽에는 냉각 링과 응결 패널이 걸려 있었고, 옆에는 물을 회수하는 배관과 순환 펌프가 연결되어 있었다.

     

    도현은 제어 모듈 앞에 앉아 화면을 켰다.

     

    “바닥 온도 올라갑니다.”

     

    서윤은 돔 안을 바라봤다.

     

    “시작해요.”

     

    펌프가 낮게 울었다.

     

    배관 안으로 물이 돌기 시작했다.

     

    노즐 끝에서 아주 얇은 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희미했다.

     

    햇빛을 받은 물방울들이 잠깐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서윤은 숨을 죽이고 돔 안을 봤다.

     

    하지만 수증기는 모이지 않았다.

     

    흰 기운은 생기자마자 흩어졌다.

     

    도현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습도는 올라가는데 형태가 안 잡힙니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분무량을 조금 올렸다.

     

    노즐에서 나오는 물안개가 조금 더 짙어졌다.

     

    이번에는 바닥 근처가 뿌옇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운무는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검은 흡열판 위에 낮게 깔렸다가, 금방 옆으로 퍼졌다.

     

    도현이 말했다.

     

    “무겁습니다.”

     

    서윤은 돔 안의 낮은 흰 기운을 바라봤다.

     

    “무거워야 해요.”

     

    “너무 무거우면 못 올라갑니다.”

     

    “알아요.”

     

    아래층은 무거워야 했다.

     

    하지만 바닥에 붙어 있으면 안 됐다.

     

    도시를 가리려면, 빛과 바닥 사이로 올라가야 했다.

     

    서윤은 팬 회전수를 조금 올렸다.

     

    바닥에 깔린 흰 기운이 흔들렸다.

     

    잠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찢어졌다.

     

    흰 층은 올라가기도 전에 흩어졌다.

     

    첫 번째 실패였다.

     

    도현은 기록했다.

     

    “분무 과밀. 상승 유지 실패.”

     

    서윤은 바로 말했다.

     

    “다시.”

     

    두 번째 실험에서는 분무량을 낮췄다.

     

    팬은 조금 더 강하게 돌렸다.

     

    처음보다 운무는 가벼워졌다.

     

    바닥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윤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흰 기운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아래쪽에 얇은 층이 생겼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한쪽은 비어 있었고, 한쪽은 너무 진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바닥에 붙어 있지 않았다.

     

    도현도 화면에서 눈을 떼고 돔 안을 봤다.

     

    “1층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증기 공급층.”

     

    그녀는 수첩에 적었다.

     

    1층 수증기 공급층.

     

    아래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바닥에서 떨어져 올라올 수 있는 층.

     

    작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1층에서 올라온 운무가 중간에 머물러야 했다.

     

    그냥 위로 올라가면 사라지고, 아래로 꺼지면 다시 바닥 안개가 된다.

     

    구름이 되려면 중간에 머무는 층이 필요했다.

     

    도현이 말했다.

     

    “2층 들어갑니다.”

     

    팬 각도가 바뀌었다.

     

    상승기류가 조금 느려졌다.

     

    서윤은 돔 안을 바라봤다.

     

    1층에서 올라온 흰 기운이 중간쯤에서 잠깐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흰 기운은 위로 찢어졌고, 일부는 돔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또 실패였다.

     

    도현이 말했다.

     

    “완충이 안 됩니다.”

     

    “다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실험은 계속됐다.

     

    분무량을 바꾸고, 팬 각도를 바꾸고, 냉각을 줄이고, 다시 올렸다.

     

    수증기가 너무 많으면 아래층이 무너졌다.

     

    팬이 강하면 중간층이 찢어졌다.

     

    팬이 약하면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냉각을 빨리 걸면 위쪽에서 물방울이 맺혔다.

     

    냉각을 늦추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도현은 젖은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이건 구름 만들기가 아니라 성질 맞추기네요.”

     

    서윤은 돔 안을 보며 말했다.

     

    “구름도 성질이 있나 보죠.”

     

    도현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곧 다시 조용해졌다.

     

    오후가 되자 옥상 위 공기는 더 뜨거워졌다.

     

    돔 밖의 검은 바닥은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도시의 건물들은 빛을 반사했고, 도로는 열을 삼켰다.

     

    돔 안에서는 작은 하늘이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서윤은 계속 수첩에 숫자를 적었다.

     

    분무량.

    팬 회전수.

    냉각 시간.

    상부 온도.

    하부 온도.

    체류시간.

    응결수 회수량.

     

    처음에는 숫자가 따로 놀았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될수록 조금씩 보였다.

     

    아래층은 무겁게 받쳐야 했다.

     

    중간층은 가볍게 떠야 했다.

     

    위쪽은 너무 빨리 식히면 안 됐다.

     

    구름은 물을 뿌린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층을 맞춰야 했다.

     

    서윤은 돔 안을 보며 말했다.

     

    “2층은 붙잡는 층이에요.”

     

    도현이 물었다.

     

    “뭘요?”

     

    “1층에서 올라온 운무요.”

     

    “위로 못 가게?”

     

    “위로 바로 가면 사라져요. 아래로 내려가면 안개고요. 중간에서 머물러야 해요.”

     

    도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제어 화면을 다시 열었다.

     

    “그럼 팬을 계속 돌리는 게 아니라 끊어야 합니다.”

     

    “맥박처럼요?”

     

    “네. 계속 밀면 찢어지고, 너무 쉬면 꺼집니다.”

     

    팬의 흐름이 바뀌었다.

     

    일정하게 돌던 공기가 짧게 밀고, 잠깐 쉬고, 다시 밀었다.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몇 번의 조정 끝에, 중간층에 얇은 흰 띠가 생겼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이번에는 바로 흩어지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중간에 걸렸다.

     

    잠깐 머물렀다.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머물렀다.

     

    도현이 낮게 말했다.

     

    “2층 잡혔습니다.”

     

    서윤은 수첩에 적었다.

     

    2층 운무 완충층.

     

    생성된 운무가 머무는 자리.

     

    그녀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구름은 조금씩 형태를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위층이 남아 있었다.

     

    3층.

     

    냉각과 응결이 일어나는 층.

     

    그 층이 있어야 구름이 단순한 운무가 아니라 더 두꺼운 덩어리로 변할 수 있었다.

     

    도현이 말했다.

     

    “상부 냉각 넣겠습니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요.”

     

    냉각 링에 불이 들어왔다.

     

    상부 패널 온도가 조금씩 내려갔다.

     

    돔 안의 흰 층이 위쪽으로 반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중간층 위에 더 짙은 흰 기운이 얹히기 시작했다.

     

    아래층이 받치고, 중간층이 붙잡고, 위쪽이 두꺼워지는 것 같았다.

     

    서윤은 처음으로 손에 힘을 풀었다.

     

    그때 물방울이 떨어졌다.

     

    하나.

    둘.

     

    곧 여러 개가 돔 안쪽에서 떨어졌다.

     

    상부가 너무 빨리 식은 것이다.

     

    흰 기운은 구름이 되기 전에 물이 되었다.

     

    도현이 바로 냉각을 낮췄다.

     

    “비가 됩니다.”

     

    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도현이 그녀를 봤다.

     

    “해가 기울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요.”

     

    “오늘 온도 조건이 바뀌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 번만 더.”

     

    그들은 다시 시작했다.

     

    1층을 만들었다.

     

    수증기 공급층은 이제 전보다 빨리 잡혔다.

     

    2층을 만들었다.

     

    운무 완충층도 이전보다 안정적이었다.

     

    이제 3층이었다.

     

    냉각을 조금 늦췄다.

     

    상부 온도를 급하게 떨어뜨리지 않았다.

     

    응결이 생기되, 바로 물방울로 떨어지지 않게 조절했다.

     

    돔 안의 흰 기운은 천천히 위로 두꺼워졌다.

     

    아래층은 무겁게 받치고 있었다.

     

    중간층은 흔들리지만 버티고 있었다.

     

    위쪽에는 부드러운 흰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현도 말이 없었다.

     

    그 순간 옥상 위의 빛이 조금 달라졌다.

     

    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정오의 직선적인 빛이 아니었다.

     

    돔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가 바뀌었다.

     

    검은 흡열판의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상승기류가 약해졌다.

     

    방금까지 버티던 2층이 얇아졌다.

     

    그 위에 생기던 3층도 함께 무너졌다.

     

    서윤은 급하게 말했다.

     

    “팬 조금만 올려요.”

     

    도현이 조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힘이 약해졌다.

     

    돔 안의 흰 층은 천천히 가라앉았다.

     

    위쪽에서 만들던 구름은 형태를 잃고 흐트러졌다.

     

    그리고 몇 분 뒤, 돔 안에는 다시 희미한 운무만 남았다.

     

    도현은 화면을 끄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온도가 내려가고 있어요. 지금 계속해도 조건이 달라집니다.”

     

    서윤은 돔 안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3층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

     

    아래층이 받치고, 중간층이 머물고, 위층이 만들어지려 했다.

     

    인공구름 생성기

     

     

     

    거의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가 기울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구름은 아직 낮의 온도 위에서만 버티고 있었다.

     

    도현이 말했다.

     

    “내일 같은 시간에 다시 해야 합니다.”

     

    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 저장해요.”

     

    태블릿에 값들이 저장됐다.

     

    1층 수증기 공급층.

    2층 운무 완충층.

    3층 냉각·응결층 실험 중단.

     

    사유.

     

    일몰로 인한 하부 온도 저하.

    상승기류 약화.

     

    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실패라고 적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적을 수도 없었다.

     

    도현은 장비 전원을 하나씩 내렸다.

     

    펌프 소리가 멈췄다.

    팬 소리도 사라졌다.

     

    노즐 끝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

     

    옥상은 조용해졌다.

     

    도시는 해질녘의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낮 동안 달아올랐던 건물들은 아직 뜨거웠지만, 태양은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서윤은 돔을 한 번 더 돌아봤다.

     

    투명한 외피 안쪽에는 아직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바닥에는 옅은 습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구름은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도현이 말했다.

    “내일 다시 합시다.”

     

    서윤은 가방을 챙겼다.

     

    옥상 입구에는 여전히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방수작업 중.

    관계자 외 출입금지.

     

    서윤은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돔을 바라봤다.

     

    오늘은 실패였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는 아니었다.

     

    1층은 만들었다.

    2층도 만들었다.

    3층은 만들다가 해가 졌다.

     

    그 정도면 내일 다시 시작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날 밤, 서윤은 집에 돌아갔다.

     

    옷에는 옅은 물 냄새가 배어 있었다.

     

    손끝에는 아직 펌프의 진동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도 돔 안의 층이 떠올랐다.

     

    아래층.

    중간층.

    위층.

     

    수증기가 올라가고, 운무가 머물고, 위에서 구름이 만들어지려던 순간.

     

    서윤은 눈을 감았다.

     

    내일은 3층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잠들었다.

     

    옥상 위 투명한 돔 안에서, 아주 천천히 온도가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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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4 - [공상과학 에세이] - [옥상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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