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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공모자들
서윤은 팀장의 전화를 끊고도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회사 건물 뒤편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큰길은 너무 밝았다.
차가 지나가고, 버스가 서고, 유리 외벽이 햇빛을 튕겼다.
사람들은 그 밝은 길을 피하듯 건물 그림자 가장자리에 붙어 걸었다.그늘은 짧았다.
도시는 넓었고, 그늘은 늘 부족했다.골목으로 한 걸음 들어가자 햇빛은 줄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하지는 않았다.벽은 뜨거웠고,
바닥은 이미 한참 전에 열을 먹은 얼굴처럼 달아 있었다.
건물 옆에 줄지어 붙은 실외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끊임없이 밀려 나왔다.서윤은 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 범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건물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건물은 사람을 숨겨주고 있었다.
낮의 햇빛을 막아주고,
비를 막아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사람이 앉아 일하고, 밥을 먹고,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쪽은 언제나 건물이었다.그늘은 건물이 만들었다.
사람은 그 그늘 아래에서 잠깐 살아났다.
그러니까 건물은 완전한 범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 편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람을 지켜준 대가로,
건물은 열을 자기 몸에 담고 있었다.낮 동안 받은 햇빛은 벽에 남고,
옥상에 남고,
바닥에 남고,
유리창에는 반사되어 다시 거리로 튀었다.그리고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 돌린 에어컨은
그 시원함의 값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실외기 바람이 바로 그 증거였다.
서윤은 실외기 바로 아래에 손을 대보았다.
뜨거웠다.
건물 혼자 한 일은 아니었다.

옥상의 구름 3편; 공모자들 에어컨이 있었고,
자동차가 있었다.도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체된 차들 위로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엔진은 멈추지 않은 채 열을 뿜었고,
검은 도로는 그 열을 고스란히 받아냈다.건물, 도로, 자동차, 실외기.
그중 누구 하나만 없었다면
새벽 세 시의 붉은 지도는 지금보다는 옅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도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하나를 빼면 다른 하나가 흔들렸다.
건물이 없으면 사람은 햇빛 아래 그대로 서 있어야 했다.
에어컨이 없으면 여름 오후의 사무실은 견디기 어려웠다.
자동차가 없으면 도시는 멈출 것이고,
도로가 없으면 아무도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그들은 모두 필요했다.
그래서 더 곤란했다.
완전한 범인은 없었다.
대신 공모자들이 있었다.
낮의 햇빛 하나만으로는
도시가 이렇게까지 붉어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 햇빛을 받아들인 도로가 있었고,
품은 건물이 있었고,
밀어낸 실외기가 있었고,
계속 달궈지는 엔진이 있었다.낮은 혼자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도시에는 낮을 도와준 공모자들이 있었다.
서윤은 그 사실이 어쩐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범인이 한 명이면 잡으면 된다.
하지만 공모자가 많으면
누구를 탓해야 할지조차 애매해진다.건물을 탓할 수도 없었다.
건물은 사람을 지켜주고 있었다.에어컨을 탓할 수도 없었다.
에어컨은 사람을 살리고 있었다.자동차를 탓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그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도시는 뜨거웠지만,
동시에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다.
서윤은 다시 큰길로 나왔다.
횡단보도 앞에는 작은 그늘막이 하나 서 있었다.
사람 몇 명이 그 아래 모여 있었다.그늘막은 분명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 아래에 서 있는 건 사람뿐이었다.
도로는 그대로 햇빛을 받고 있었고,
옥상도 그대로 밝았고,
건물 외벽도 그대로 달아오르고 있었다.사람은 잠깐 피할 수 있어도,
도시는 피할 수 없었다.그 장면을 보며 서윤은 이상한 생각을 했다.
도시에 필요한 건
사람 몇 명을 숨기는 작은 그늘이 아니라,
도시 표면 자체가 덜 달아오르게 만드는 큰 그늘이었다.고정된 지붕은 아니었다.
그건 너무 크고, 너무 무겁고,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아주 얇고,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고,
햇빛을 완전히 막지는 않더라도
조금만 늦춰주는 무언가라면.도로가 열을 먹기 전에,
옥상이 달아오르기 전에,
건물 외벽이 오후의 빛을 품기 전에,
먼저 도시 위에 한 겹 드리워질 수 있는 것.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완벽하게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었다.
그 맑음이 오히려 불길했다.
너무 맑아서,
너무 쉽게 도시를 달구는 하늘.그때 서윤은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짧게 적었다.
범인은 낮이었다.
공모자는 도시였다.한 줄 더 적었다.
그렇다면 막아야 할 것은
낮도, 도시도 아니라
그 둘 사이로 쏟아지는 한낮의 빛이었다.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태양은 멈추지 않는다.
도시도 멈추지 않는다.그렇다면 둘 중 하나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답이 없었다.
필요한 건 그 사이에 끼어드는 일이었다.
빛과 도시 사이.
낮과 공모자들 사이.
그 사이에 잠깐 떠 있을 수 있는 것.
서윤의 머릿속에 하얀 형체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직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적는 순간, 너무 멀리 가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에 찾아야 할 것은
범인이 아니라,
공모자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첫 번째 장치라는 것을.그리고 그 장치는
아마도 옥상에서 시작될 것이다.<다음글>
2026.06.23 - [공상과학 에세이] - [옥상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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