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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의 구름]
    공상과학 에세이 2026. 6. 21. 20:58

    1편. 새벽 3시의 붉은 도시

     

    서윤은 새벽 세 시의 지도를 싫어했다.

     

    낮의 지도는 차라리 정직했다.

     

    태양이 있었다.
    도로가 달아올랐다.
    건물 옥상이 붉었다.
    유리 외벽은 빛을 튕겨냈고, 아스팔트는 열을 품었다.

     

    낮의 더위는 설명할 수 있었다.

     

    여름이니까.
    햇빛이 강하니까.
    도시는 원래 뜨거우니까.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새벽 세 시는 달랐다.

     

    해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버스는 줄었고,
    상가의 간판도 하나둘 꺼졌고,
    도로 위 차량도 낮보다 훨씬 적었다.

     

    사람들은 잠들었고, 도시는 조용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화면 속 서울은 아직 붉었다.

     

    서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열화상 지도를 확대했다.

     

    한강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산과 녹지는 어둡게 가라앉고 있었다.
    도심 외곽의 낮은 주거지는 천천히 색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은 여전히 붉었다.

     

    종로.
    강남.
    여의도.
    마포.
    왕십리.
    잠실.

     

    색은 조금씩 달랐지만 패턴은 같았다.

     

    큰 도로는 밤에도 열을 품고 있었다.
    대형 건물의 옥상은 식지 않았다.
    좁은 골목은 주변보다 더 높은 온도를 유지했다.
    고층 건물이 몰린 구역은 새벽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았다.

     

    서윤은 화면 아래의 시간 표시를 다시 확인했다.

     

    03:12.

    새벽 세 시 십이분.

     

    도시는 잠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열을 품고 있었다.

     

    “또 그거 보고 있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윤은 돌아보지 않았다.

     

    팀장 박기준이었다.

     

    그는 종이컵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커피 냄새가 차갑게 식은 사무실 공기 사이로 퍼졌다.

     

    “퇴근 안 해?”

     

    “이상해서요.”

     

    “뭐가.”

     

    “안 식어요.”

     

    기준은 서윤의 모니터를 힐끗 보았다.

     

    “서울이 원래 그래.”

     

    그는 너무 쉽게 말했다.

     

    서울이 원래 그렇다.

     

    그 말은 편리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원래 그런 게 문제잖아요.”

     

    서윤이 말했다.

     

    기준은 대답하지 않고 옆 책상에 걸터앉았다.

     

    화면 속 지도는 여전히 붉었다.

     

    “내일 회의 자료 정리됐어?”

     

    “네.”

     

    “그늘막 확대, 쿨루프 지원, 살수차 운영, 냉방쉼터 추가, 취약계층 문자 알림.”

     

    기준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았다.

     

    “그 정도면 돼.”

     

    서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매년 비슷해요.”

     

    “매년 더우니까.”

     

    “매년 더운데 매년 안 식어요.”

     

    기준은 종이컵을 입에 가져가려다 멈췄다.

     

    잠깐의 침묵이 생겼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늘막은 사람을 잠깐 살린다.
    살수차는 도로를 잠깐 식힌다.
    쿨루프는 건물 하나를 돕는다.
    냉방쉼터는 더위를 피할 장소를 만든다.

     

    모두 필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도시 전체의 열은 여전히 남는다.

     

    낮에 달아오른 도시는 밤이 되어도 완전히 식지 않는다.
    완전히 식지 못한 도시는 다음 날 다시 햇빛을 받는다.
    어제의 열 위에 오늘의 열이 얹힌다.

     

    더위는 하루씩 끝나지 않았다.

     

    도시 안에 남았다.

     

    “보고서에는 넣지 마.”

     

    기준이 말했다.

     

    서윤이 고개를 돌렸다.

     

    “뭘요?”

     

    “새벽 지도 이야기.”

     

    “왜요?”

     

    “넣으면 질문이 많아져.”

     

    “질문이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준은 작게 웃었다.

     

    “용역 보고서야. 질문을 늘리는 문서가 아니라 답을 정리하는 문서지.”

     

    “답이 없는데요.”

     

    “답이 없는 건 쓰지 않는 게 답이야.”

     

    서윤은 다시 화면을 보았다.

     

    새벽 세 시의 도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색은 말하고 있었다.

     

    붉은색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밤 서윤은 퇴근하지 못했다.

     

    기준은 먼저 사무실을 나갔고, 형광등 몇 개만 남아 천장 위에서 희미하게 떨렸다.

     

    서윤은 열화상 지도를 시간대별로 돌려보았다.

     

    오전 10시.
    도로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정오.
    옥상과 아스팔트가 급격히 붉어졌다.

     

    오후 3시.
    유리 외벽이 밀집한 구역의 온도가 치솟았다.

     

    오후 6시.
    태양은 기울었지만 도심의 색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밤 10시.
    강과 산은 식어가는데 도로는 남아 있었다.

     

    새벽 3시.
    도시는 아직 붉었다.

     

    서윤은 마우스를 멈췄다.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밤의 더위는 밤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밤의 붉은색은 낮에 만들어져 있었다.

     

    낮 동안 도시는 햇빛을 먹었다.

     

    아스팔트가 먹고,
    콘크리트가 먹고,
    유리 외벽이 먹고,
    옥상이 먹고,
    주차장이 먹고,
    도로가 먹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그 열을 천천히 토해냈다.

     

    도시는 더운 공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
    열을 저장하는 몸이 되어 있었다.

     

    서윤은 노트에 한 문장을 적었다.

     

    밤을 식히려면, 낮을 막아야 한다.

     

    쓰고 나니 조금 이상한 문장이었다.

     

    밤을 식히는데 왜 낮을 막아야 하는가.

     

    하지만 지도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새벽 세 시의 붉은 도시는 밤의 문제가 아니었다.

     

    낮의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서윤은 창밖을 보았다.

     

    도심의 불빛은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멀리 보이는 빌딩 유리창 몇 개가 아직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딘가의 실외기는 아직 돌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의 도로는 아직 열을 내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의 옥상은 아직 식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했다.

     

    하지만 서윤에게 그 말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서울은 식지 못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식지 못하는 도시에는,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날 새벽 서윤은 처음으로 생각했다.

     

    도시는 밤에 식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시가 밤까지 뜨거워지지 않게,
    낮의 햇빛을 먼저 막아야 한다.

     

    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늘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그것이 구름이라는 말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아직 옥상 위 투명돔도 없었고,
    미세한 운무도 없었고,
    드론도 없었고,
    냉각비도 없었다.

     

    그저 새벽 세 시의 붉은 지도가 있었고,
    그 앞에 앉은 서윤이 있었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한 문장이 있었다.

    밤의 범인은, 낮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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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의 구름]

    2편. 밤의 범인은 낮에 있었다서윤은 다음 날 점심시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새벽 세 시의 지도를 보고 난 뒤부터, 머릿속에서 한 문장이 떠나지 않았다. 왜 해가 진 뒤에도 도시는 뜨거운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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