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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혈 30회 유공패가 왔다
    Health 2026. 6. 14. 00:20

    그런데 이번 생 헌혈은 여기까지일지도 모르겠다

    헌혈 유공패

     

     

     

    어제 헌혈유공패가 왔다.

     

    헌혈 30회.

     

    숫자로 보면 꽤 많이 한 것 같다.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패.
    헌혈 30회.
    포장증.
    다회헌혈자 Blood Donor Collection.

     

    딱 보면 좋은 일 한 사람 같다.

     

    맞다.

     

    헌혈은 좋은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한 혈액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과 연결되는 문제다.

     

    그래서 나도 했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10회가 됐고,
    20회가 됐고,
    이번에 30회까지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0회 유공패를 받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 헌혈은 여기까지인가.

     

    물론 진짜 다시는 안 한다고 단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특히 나는 전혈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혈장이나 혈소판 중심으로 가는 사람과는 체감이 다르다.

    전혈은 한 번 하면 다음 헌혈 가능일까지 시간이 길다.

    앱에는 다음 가능일이 뜨는데, 막상 해보면 그 날짜만 보면 되는 게 아니다.

     

    최근 1년 기준.
    전혈 횟수 제한.
    연간 채혈량.
    전혈 가능일.
    혈장 가능일.
    혈소판 가능일.

     

    이런 것들이 같이 걸린다.

     

    앱을 보면 날짜는 나온다.

     

    전혈은 2026년 7월 19일.
    혈장은 2026년 7월 18일.
    혈소판은 2026년 7월 19일.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얘들이 말하는 1년 기준은 도대체 언제일까.

     

    처음에는 그냥 올해 기준인 줄 알았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보통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찾아보면 그게 아니다.

     

    헌혈 제한에서 말하는 1년은 달력상 올해가 아니라 최근 1년이다.

     

    그러니까 2026년 기준이면 2026년 1월부터만 보는 게 아니라,
    오늘을 기준으로 과거 1년 안에 전혈을 몇 번 했는지를 보는 구조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헌혈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니까.
    특정 연도만 끊어서 보면 무리하게 이어서 할 수도 있으니, 최근 1년으로 보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 입장에서는 헷갈린다.

     

    나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혈 총량 기준 때문에 못 했다.

     

    그러면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럼 이제 1년 전혈은 5월에 한 것만 잡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앱이 보여주는 날짜와 제한 구조를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론 규정은 있을 것이다.
    시스템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전혈, 혈장, 혈소판, 최근 1년, 횟수 제한, 채혈량 제한을 다 넣어서 계산할 것이다.

     

    문제는 그 계산이 헌혈자에게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헌혈을 하러 가고 싶은 사람인데,
    어느 순간 앱을 보면서 계산을 하고 있다.

     

    이게 맞나?
    왜 이 날짜지?
    1년 기준이 어디서부터지?
    전혈 총량은 언제 풀리는 거지?
    작년에 한 건 언제 빠지는 거지?

     

    헌혈을 하겠다는 사람이 헌혈 가능일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다.

     

    이게 좀 이상했다.

     

    헌혈을 장려하려면, 최소한 구조는 쉽게 보여줘야 한다.

     

    “최근 1년 전혈 횟수 5회 제한에 걸렸습니다.”
    “이 제한은 몇 월 며칠에 해제됩니다.”
    “현재 최근 1년 전혈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기록 중 몇 월 며칠 헌혈이 빠지면 다음 전혈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보여주면 된다.

     

    그런데 실제 체감은 조금 다르다.

     

    가능일은 뜨는데, 왜 그 날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헌혈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헷갈린다.

     

    이건 헌혈을 안 하겠다는 사람이 하는 불평이 아니다.

     

    헌혈을 30회까지 한 사람이 느낀 불편이다.

     

    전혈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나는 혈장을 자주 돌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혈소판을 계속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전혈 중심으로 해왔다.

     

    그런데 전혈은 제한이 걸리면 한동안 막힌다.
    작년 12월부터 5월까지 못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헌혈을 하려고 했는데 못 한다.

     

    그러면 마음이 식는다.

     

    기다린다.
    앱을 본다.
    날짜를 본다.
    또 헷갈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됐다. 그냥 여기까지 하자.”

     

    그래서 앱도 삭제했다.

     

    30회 유공패까지 받았으니,
    기념으로는 충분한 것 같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은 일인데 계속하지.”

     

    맞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좋은 일도 계속하려면 경험이 좋아야 한다.

     

    헌혈자는 그냥 피만 빼주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을 내야 하고,
    몸 상태도 맞춰야 하고,
    가능일도 확인해야 하고,
    가서 기다려야 하고,
    헌혈 후 회복도 해야 한다.

     

    그런데 시스템이 헷갈리면 지친다.

     

    헌혈을 장려한다면, 헌혈자의 경험도 중요하다.

     

    몇 회 달성 배지를 주는 것도 좋다.
    유공패를 주는 것도 좋다.
    기념품을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해하기 쉬운 구조다.

     

    왜 오늘은 안 되는지.
    언제부터 되는지.
    무엇 때문에 제한됐는지.
    제한 기준이 달력 연도인지, 최근 1년인지.
    내 기록 중 어떤 헌혈이 제한에 걸리는지.

     

    이걸 한눈에 보여줘야 한다.

     

    헌혈자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좋은 마음으로 온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복잡한 계산을 떠넘기면 안 된다.

     

    나는 30회까지 했다.

     

    그래서 유공패도 받았다.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꽤 괜찮다.

     

    그런데 마음은 조금 묘하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좀 짜증도 난다.

     

    헌혈 30회.

     

    이번 생은 여기까지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앱을 지웠다.

     

    좋은 일도 구조가 불편하면 멀어진다.

     

    감 말고, 구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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